러닝타임
98분 50초(1시간 38분 50초)
줄거리(스포일러 포함)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예술적 승화.
여자주인공 "소려진(이하 첸부인)"과 남자주인공 "주모운(이하 차우)"의 불륜을 잡기 위한 합동작전 속 피어나는 사랑을 그려낸 영화이다. 같은 날 "첸부인"부부와 "차우"부부는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들은 같은 날 동시에 비좁은 복도로 이삿짐을 실어 나르자, 서로의 이삿짐이 반대로 섞이는 해프닝을 겪게 된다. 이것이 이들의 운명을 암시한 복선이었을까. "첸부인"은 무역회사의 비서로 근무하고, 남편은 일본으로 출장이 잦다. "차우"는 일반사무직으로 성실한 회사원이나, 아내는 호텔에서 근무하여 야근이 잦다. "첸부인"과 "차우"는 각자의 배우자가 늦는 일이 많다 보니, 홀로 저녁을 때우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둘은 집 근처 국수가게에서 자주 마주친다. 옆집에 사는 것에 더불어, 이웃끼리 모두 가족처럼 지내는 아파트의 특성상 교류하다가, 서로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저녁, 이 둘은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서로의 소지품이 각자의 배우자와 같다는 사실과 함께 각 배우자 간의 외도를 확정 짓는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서로의 배우자에게 진심이었던 이들은 충격에 빠지게 된다. 갈피를 못 샀던 중, 이 둘은 암묵적으로 한 팀이 된다.
해결방법은 맞바람? 배우자의 외도로 통해 아군이 된 "첸부인"과 "차우"는 무협소설을 같이 집필하면서 함께 하는 저녁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하루는 "첸부인"이 "차우"네 집에 방문했다가, 이웃들이 거실에서 밤새 마작을 두는 바람에 밤새 의도치 않게 "차우"의 안방에서 회사도 출근하지 못하고, 삼시 세끼를 해결하게 된다. 이후로, "차우"는 아예 동방호텔의 2046호에 세를 두게 된다. 그곳에서 만남을 계속하는 "차우"와 "첸부인". 그곳에서 무협소설도 공동집필하고, 식사도 함께 하고, 거의 동거가 아닌가 싶게 어울리게 된다. 밤새 집을 비우는 날들이 길어지자, 아파트의 주인아주머니는 "첸부인"에게 "홀로 요즘 저녁에 어디를 그렇게 다니는 것이냐, 남편이 출장이 잦으면 부부사이가 안 좋다. 출장을 줄이라고 해라."등의 잔소리 폭격을 날린다. 이때 아차 싶었던 것일까. 이후로 "차우"와 거리를 두며, 연락을 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차우"는 "첸부인"의 직장으로 전화를 하고, 상사가 받으며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차우"는 자신도 결국은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우자의 불륜을 잡기 위해, 나 또한 불륜을 일으키다니. 현실을 자각한 "차우"는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그는 "첸부인"에게 같이 싱가포르로 떠날 것을 제안하였으나, 거절당하고 홀로 떠나게 된다. 그가 떠난 뒤, "첸부인"은 뒤늦게 그의 호텔을 찾아보지만, 그는 이미 떠난 후이다. 엇갈린 그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들은 서로를 마음 한 편에 남겨둔 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차우"가 살던 집에는 새로운 가족이, "첸부인"은 아들과 함께 다시 이사를 오게 된다. "차우"는 이후 콜롬비아의 한 사원에 있는 나무의 구멍에 무엇인가를 아련하게 속삭인다. 이는 "차우"가 그의 친구에게 *예전에 했던 말을 암시하는 듯한 행동이다. (*옛날에는 무언가 비밀이 있으면, 나무의 구멍에 비밀의 내용을 말하고 진흙으로 덮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동화로 치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그렇게 아련한 무드로 영화는 끝이 난다.
감상평
애초에 서로의 배우자들과 결혼을 했다면, 이런 엇갈림을 없었을까? 아님 서로 이어질 수 없는 사이라 더욱 끌리었던 것일까? 분위기 짙은 음악과 뛰어난 연출법을 통해, 불륜이 낳는 불륜의 과정을 예술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 내내 영화의 제목을 생각하며 관람하면, 줄거리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이어질 수 없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었던 날들을 '화양연화(인생의 아름다웠던 순간)'라는 수식어로 꾸며주었다. 꽃길만 걸으라는 말처럼, 인생이 좋은 순간으로만 가득하면 좋으련만. 꽃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고, 낙엽으로 땅에 떨어지게 된다. 이들의 만남도 인생이라는 몇십 년의 일정의 찰나로 끝을 맺게 된다. 굵고 짧아서 더욱 아련하고 좋게 기억되어, 그립게 되는 것 같다. 불륜(외도)은 옳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지만, 그 과정을 감정이입하게 만들어 수긍하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 커플을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1) 무엇이든 관점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2) 연출의 힘을 발견하였다.
추천대상
유명한 홍콩영화를 찾고 계셨던 분과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을 선호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필자도 중경삼림을 시작으로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을 하나씩 파헤쳐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