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02분(1시간 42분)
줄거리(스포일러 포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 의미적으로는 2030의 이별 이후의 심리를 묘사하는데 초점을 둔 것으로 느껴진다.
주요 인물들은 총 4명으로, 두 커플이다. 영화의 지분(러닝타임)도 절반씩 고르게 나눈듯한 설정이다. 즉, 두 편의 연애스토리가 펼쳐지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두 커플의 공통점이 2가지 있고, 약간 서로를 이어주는 듯한 헷갈리는 설정이 있다. 첫 번째 공통점은 남자주인공이 실연당한 경찰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남자주인공들이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라는 음식점을 방앗간처럼 드나든다는 것이다. 이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단순한 단골식당이 아니다. 그들의 사랑을 이어 주기도, 정리하게도 만들어주는 복합적인 장소이다. 사랑이 사람이라면, 사랑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과도 같은 존재이다. 극 중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장소가 아닐까.
첫 번째 커플은 퇴폐미가 가득하며, 사연이 짙다.. 5년간 사귄 여자친구에게 만우절(4월 1일)에 차여버린 "경찰 223"과 마약밀매상인 "금발가발을 쓴 여인(이하 금발가발)"의 이야기다. 아직도 많이 좋아하는 마음이 남은 "경찰 223"에게 여자친구의 이별통보는 시한부선고와 같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목이 빠져라 삐삐를 기다린다. 삐삐의 암호가 "경찰 223"의 명대사와 일맥상통한다. "경찰 223"의 명대사는 "사랑의 유통기한이 있다면, 만년으로 하겠다." "경찰 223"의 감성(마음)과 달리, 이성(두뇌)은 떠나버린 그녀를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가 생각해 낸 최후의 통첩은 30일간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서 모으는 것이다. 30일 동안 매일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모으기로 한다. 그 기간이 지남에도 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마음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4월 말이라 하나씩 사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았으나, 날이 지날수록 5월 1일은 다가오고, 결국 사지 못하게 된다.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든 "경찰 223"은 괜히 편의점의 직원과 다투기도 하며, 삐뚤어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러 술집에 가고, 본인이 바라보는 가운데 처음으로 들어오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겠다고 다짐한다. 이때 입장한 "금발가발". 그녀는 특히나 오늘 아주 긴 하루를 보냈다. 자신의 작전중 직원이 배신을 하여, 위험에 처했다. 패기가 넘치는 25살의 "경찰 223"은 그런 그녀에게 광둥어, 표준중국어, 일본어, 영어등을 구사하며 작업을 건다. 처음에는 대답조차 해주지 않았다가, "금발가발"은 그에게 대답을 해주며 대화를 이어간다. 혼자 있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함께 할 누군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둘은 결국 술집 영업종료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쉬고 싶다는 "금발가발"의 멘트로 호텔로 장소를 옮기게 된다. 이때 그녀의 말은 정말 말 그대로였다.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쫓겼던 그녀는 체력적으로도 많이 피곤했고, 대자로 뻗어버리게 된다. "경찰 223"은 그런 그녀의 곁에서 해가 뜰 때까지 음식을 먹으며 영화를 본다. 떠나기 전, 그녀의 구두를 벋겨주고, 닦아준다.
두 번째 커플은 사랑은 사랑으로 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얼마 전 실연당하여 전여인의 흔적과 생각에서 헤엄치는 "경찰 663"과 그런 그를 짝사랑하는 "페이"이다. "경찰 663"은 승무원이었던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고, 집에 남은 그녀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수시로 그녀가 돌아올까 집을 간다."경찰 663"은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사장님("페이"의 사촌오빠)과 친할 정도로 자주 오는 단골손님이다. 샐러드와 블랙커피를 주로 주문하며, 사장의 추천메뉴를 잘 받아들인다. 그런 그를 사랑하게 된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일을 하는 "페이". "페이"는 "경찰 663"에게 전 여자친구가 남겨둔 편지를 집으로 발송하겠다는 구실로 그의 집주소를 알아낸다. 그의 근무시간을 파악하고 있는 덕에, 그의 집에 몰래 방문하여 우렁각시 같은 행동을 한다. 집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전 여자친구의 흔적을 지워낸다. 그러던 중, "경찰 663"에게 발각된다. 역시 경찰은 경찰인 것인가. 이후, "경찰 663"은 그동안 실연에 눈치채지 못했던 집안 곳곳의 변화들을 하나같이 알아차리게 된다. 사실 어떻게 보면, 주거침입인데, 그는 페이의 행동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이후 그녀에 대한 사랑이 싹튼 것일까. 평소 캘리포니아에 가고 싶다고 했던 그녀에게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데이트신청을 한다. 그가 말한 캘리포니아는 근처 술집이었으나, 그녀는 정말 미국의 캘리포니아로 떠나버린 것일까? "페이"는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그녀의 사촌오빠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사장님의 그녀의 편지를 "경찰 663"에게 전해준다. 편지의 내용은 1년 뒤에 만나자는 냅킨 위의 비행기 티켓그림이다. 다만, 도착지가 빗물에 지워져 보이지 않는다.
정확히 1년 뒤, "페이"는 승무원이 되어,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 나타난다. 그곳에는 개업준비에 한창인 "경찰 663"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그녀에게 1년 전의 편지를 내밀며, 이렇게 드디어 만난것이나며 반가워한다. 그렇게 재회한 둘은 해피엔딩을 암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추천대상
홍콩영화의 입문자분들과 홍콩 관광을 계획하고(다녀온) 계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필자 또한 본 영화를 시작으로 홍콩영화의 매력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다소 난해한 듯한 연출로 어지러움을 호소하였지만,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끝까지 관람하였습니다. 본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지만(어느 작품이나 다 그러하듯), 대표적인 홍콩영화로 한 번쯤은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홍콩영화의 대표스타인 양조위, 금성무, 임청하, 왕페이, 주가령 등이 출연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리마스터링 하여 재개봉을 여러 번 할 만큼 가치는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홍콩의 유명관광지인 청킹맨션과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홍콩 관광 시에도 언급되는 영화입니다. 홍콩 관광과 연관된 분들은 본 영화를 본다면 또 다른 시각(시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